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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린이] '전국청소년토론축제' 초등부 금상 3인방 - 한국식확장형토론대회

대달 2015. 6. 28. 09:33

[이 어린이] '전국청소년토론축제' 초등부 금상 3인방 - 한국식확장형토론대회

  • 입력 : 2015.06.24 09:23

'토론왕' 된 비결이요? 즐기면서 한 덕분이죠
풍부한 예시·쉬운 단어 사용… "연설 능력도 갖춘 인재 될래요"

"말하는 거 엄청 좋아해요." "나도! 말이 좀 많아(웃음)."

처음에 잠시 어색해하는가 싶더니 이내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점심 먹은 이야기부터 초등학생과 학원을 주제로 한 짤막한 토론까지. 논리적이면서도 참신한 '수다'가 펼쳐졌다. 인터뷰는 예상보다 1시간이나 길어졌다. 지난 12일 발표가 난 '제13회 전국청소년토론축제' 초등부 금상 수상자 3명, 배수영(경기 의정부서초 5)·양영진(경기 구리 부양초 6) 양, 이진희(서울 화랑초 5) 군이 그 주인공이다.

‘제13회 전국청소년토론축제’에서 초등부 금상을 받은 (왼쪽부터) 배수영·양영진 양, 이진희 군. / 이경호 기자
◇논리에 참신함까지 더한 수다 삼매경…"토론? 즐기면 돼요!"

사단법인 한국청소년문화진흥협회가 주최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전국청소년토론축제는 '한국식 확장형 토론법'을 적용한 대회다. 발언 순서와 시간 등이 자유로운 게 특징이다. 올해 대회에는 예선을 거친 600여 명의 초·중·고교생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초등학생의 경우 약 200명이 10개 조로 나뉘어 조별 토론을 했다.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용(1762~1836)의 '목민심서'를 읽고 5개 세부 주제에 대해 얘기하는 방식이다. 최고상인 금상 수상자는 총 15명. 이 중 발군의 실력을 뽐낸 수영·영진·진희를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소년조선일보편집실에서 만났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와 피곤할 텐데도 셋은 전혀 그런 기색 없이 밝고 명랑했다. 금상 수상 소감을 묻자 쑥스러워했다. 진희는 "(토론을) 잘하는 건 아닌데, 즐기면서 한 덕분"이라며 웃었다. 경험 삼아 처음 도전해봤다는 영진이와 수영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식 확장형 토론법이 마음에 쏙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원할 때 손들어 발표할 수 있어 즉각 반박이 가능하고, 시간제한이 없어 좀 더 많은 의견을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또 반드시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정해야 하는 학교 토론 시간과 달리, 내 의견을 마음껏 전개할 수 있어 재밌었죠."

기억에 남는 대회 세부 주제로는 '목민관이 지켜야 할 도리'를 꼽았다. 대회 때 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더니 영진이가 나섰다. "미국 제16대 대통령 링컨(1809~1865)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구 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요. 정약용 또한 목민관들이 자신의 이익보다는 백성들의 행복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말을 진희가 받았다. "'목민심서'를 정치인들 필독서로 지정해야 해요!"

◇'초등 토론왕'이 들려주는 토론 잘하는 비결

대회 준비는 셋 다 4주가량 '목민심서'를 반복해 읽은 게 전부라고 했다. 질문을 바꿔 '토론 잘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수영이는 중요한 내용만 콕 짚어 말하되, 풍부한 예시를 들라고 했다. "말이 길어지면 듣는 사람의 집중력이 떨어져요. 간간이 웃긴 얘기를 곁들이는 것도 방법이죠."

영진이는 책 속에 답이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읽으면 토론에 도움이 되는 어휘력과 논리적인 문장 구사력, 상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인들의 명언이나 요즘 사회 현상 등을 곁들여 내 주장에 '양념'을 더하면 청중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도 했다.

진희는 어려운 말은 쓰지 말라고 조언했다. "토론이란 게 결국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거잖아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해야 더욱 효과적이죠.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또박또박 말하는 것도 중요해요. 손짓도 필요하답니다. 중요한 부분에서 시선을 끌 수 있거든요."

이들은 꿈은 다양하다. 수영이는 제빵사, 영진이는 군인이나 경찰, 진희는 기계공학자·사업가·게임큐레이터…. 셋은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실력은 물론, 연설 능력까지 갖춘 인재가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사업가나 제빵사는 제품 설명을, 경찰은 범인 심문을 잘해야 하잖아요?(웃음)"

마지막으로 초등학생과 학원을 주제로 토론을 부탁했다. 즉석에서 제시했는데도 거침없는 '수다'가 이어졌다. 수영이가 말문을 열었다. "최근 보습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요. 집에서 자기주도학습을 할 때와 점수 차이가 별로 없어요. 결론은 성적 잘 받기 위해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스스로 공부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죠."

영진이는 "솔직히 학원에 가는 건 놀 친구가 없어서다"라고 말했다. "다들 학원에 다니니까 동네 놀이터에 애들이 없어요. 혼자 놀아야 하니까 스마트폰 게임에 중독되기 십상이죠. 자신이 관심 있는 과목만 심화학습차 다니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진희가 굵직한 한마디를 더해 마무리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지 마세요." 역시 '초등 토론왕'들 답다.